해주 최씨 시조 족보 항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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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최씨의 시조는 고려 시대 인물인 최온으로, 그는 ‘해동공자’라 불린 최충의 아버지입니다. 최온은 대대로 황해도 해주에 거주하였으며, 해주 지역에서 지방관으로 재직하면서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습니다. 그는 고려 조정에서 판이부사라는 높은 관직까지 오른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온의 아들인 최충은 1005년에 실시된 과거시험에서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이후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문하시중이라는 고위 관직을 역임하였습니다.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구재학당이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하였습니다. 구재학당은 과거시험 준비를 위한 일종의 사설 교육 기관으로, 오늘날로 치면 사교육 학원과 비슷한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에도 입시를 위한 사교육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구재학당은 고려 시대 문관을 다수 배출한 교육기관으로 널리 알려지며 교육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최충은 최승로와 함께 고려시대 유교적 정치개혁과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해동공자’라는 별명은 그가 유학을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길러낸 점을 기려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충을 중심으로 해주최씨는 고려 사회에서 대표적인 문벌귀족 가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문벌귀족’이란 고려 시대에 5품 이상의 고위 관리를 3대 이상 배출한 가문을 일컫는 말로, 초기 지방 호족 세력이 중앙 정계에 편입되며 형성된 지배 계층입니다. 해주최씨는 이러한 문벌귀족 가문 중 하나로 정치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습니다.

해주최씨는 조선 시대에 들어서도 그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최만리가 있습니다. 그는 1419년에 과거에 급제한 뒤 집현전에 임명되어 학문과 정책 연구에 힘썼습니다. 1440년에는 집현전 부제학으로 발탁되었으며, 당시 집현전 내에서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는 부제학보다 상급인 여러 직책들이 타 부서와 겸직이었기 때문에, 최만리가 실질적인 리더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최만리는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유명하여, 조선 500년 동안 단 218명만이 선정된 ‘청백리’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세종대왕이 새로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반대의견을 담은 상소를 올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일이며, 이를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여, 일시적으로 세종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선의 명군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 역시 해주최씨의 후손입니다. 숙빈 최씨는 숙종의 후궁으로, 원래 궁중의 하급 여종인 무수리 출신이었습니다. 그녀는 희빈 장씨의 권모술수로 폐서인이 되어 궁에서 나가 살던 인현왕후를 위해 기도를 올리던 중 숙종에게 발탁되어 승은을 입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숙빈 최씨는 숙종과의 사이에서 세 아들을 낳았으나, 첫째와 셋째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둘째 아들은 연잉군으로 책봉되었습니다. 이 연잉군이 훗날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성군 영조가 되며, 사도세자의 아버지이자 정조의 할아버지가 됩니다. 무수리 출신으로 왕의 여인이 되어 왕을 낳은 숙빈 최씨의 드라마 같은 삶은 2010년 방영된 MBC 드라마 ‘동이’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해주최씨는 고려와 조선을 아우르며, 정치·교육·학문·왕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명문 가문으로, 지금까지도 그 위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