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함씨 족보 항렬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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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강릉 함씨의 시조는 함혁 할아버지입니다."

춘천시 효자2동 약국 옆 2층 건물에 위치한 재춘 강릉 함씨 종친회 사무실을 찾아가니, 평소 알고 지내던 함기주 선생이 반갑게 손을 잡았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함씨의 본관을 강릉과 양근(양평)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시조 아래에서 후손들이 퍼져 여러 갈래로 나뉘었기 때문에, 중시조가 어떻다 하는 주장도 모두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 점을 분명히 밝혀주세요, 최 선생."

 

필자는 이에 대한 대답 대신, 취재 노트에 기록한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종친회 사무실에는 첫 종친회장을 지낸 함재성 씨와 현재 종친회를 맡고 있는 함종학 씨도 함께 있었습니다.

 

"시조 함혁 어른이 중국 한나라에서 건너왔다는 동래설이나 귀화설은 조선 시대 족보를 만들면서 사대주의 영향을 받아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함종학 종친회장은 관련 문서를 내보이며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아득한 삼한 시대, 마한의 한 부족장이 한강을 중심으로 여러 부족이 소국을 형성하던 때에, 용문산 서쪽(현재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용천리) 해발 700m 고지에 내성과 외성을 갖춘 함왕성을 쌓고 부족 국가를 세웠다고 합니다.

"석성의 둘레가 무려 8.7km나 된다는 것은 단순히 한두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많은 추종자들, 즉 백성을 거느리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시조인 함혁 어른은 부족장으로서 함왕이라 추대되었을 것입니다."

그는 52세손인 함용익이 쓴 **"함씨의 시조와 함왕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글을 필자에게 내밀었습니다. 현재도 함왕이 축성했다는 함왕성(또는 함근성)의 흔적이 용문산 중턱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요약하자면, 강릉 함씨가 왕족의 후손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함왕각 부근에 왕릉을 조성하고, 그 옆에 영모비를 세우려고 추진 중입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용문산 서편에 함왕성이 있었고, 함왕봉 아래에서 궁궐 터가 발견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얼마 전 용문산 기슭에 유허비를 세웠고, 양평군에서도 군수 명의로 '함왕성지'라는 표지석을 만들어 주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여든이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함재성 전 종친회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습니다.